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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말하라 그러면 법을 줄 것이다

재판이 무엇인지, 법률가의 임무가 무엇인지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유명한 말이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의 잔잔한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분, 진실이 무엇인지 말하세요, 그러면 멋진 답을 드리리다.’ 얼마나 폼 나는 말인가. 갈고 닦은 실력으로 품위 있게 법을 적용해주는 법률가. 그러나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그 감동이 좌절로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계획과 달리 사람들은 진실만을 들고 오지 않는다. 의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피하고 싶은 것은 피하고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유리한 쪽으로만 애써 기억하고 필요한 것만 말하게 된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나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보신 분들은 무슨 의미인지 잘 알 …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바뀌어 간다

재판을 하다 보면 자기에게 유리한 내용인 담긴 타인과의 대화를 녹음한 후 이를 녹취하여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들은 녹취록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다. 종종 기존의 사실을 뒤엎을만한 결정적인 증거라며 녹취록을 제출하곤 하는데 실제 녹취록의 증명력은 그다지 높게 평가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자신의 대화가 녹음되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의 대화가 솔직한 이야기일 가능성도 높지만 한편으로는 녹음을 하는 당사자의 의도에 따라 대화가 유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화 전부가 아닌 어느 특정부분에 한정되어 녹취된 경우에는 전후 문맥과 맞지 않는 엉뚱한 해석이 될 위험이 있다. 한편, 녹음된 대화를 음성 그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녹취된 글로 읽게 되는 …

TV가 사라지면 누가 힘들까

우리 집엔 TV가 없다. 몇 달 전에 TV를 없애 버렸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지인들은 처음에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다른 사람이라면 이해하겠는데 그 집 식구들처럼 TV보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TV를 치우다니 도대체 무슨 꿍꿍이냐는 것이다. 의아한 반응은 곧 눈 흘김으로 바뀐다. ‘독한 것들. 애들 공부시키려고 TV까지 없애다니’ 대충 이런 분위기다. 사실 TV가 사라지니 긍정적인 모습이 나타난다. 그 전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녁만 되면 TV를 일단 켜놓고 생활을 하였는데, 지금은 각자 책을 꺼내 들고 읽는, 정말 감동적인 모습이 연출된다. 애들이 느끼는 금단증상도 생각보다 별로 없는 것도 의외의 반응이다.   TV가 없어도 아쉽지 않은 이유 그러나 집에서 TV가 사라지게 된 것은 그러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