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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단상] 판사의 직업병?

며칠 전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다. 이사를 한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문을 닫으면 페인트 냄새가 너무 나서 머리가 아프고 문을 열면 매연 때문에 기침이 나는데 문을 여는 게 좋겠어, 닫는 게 좋겠어?” 정답은? 문을 여는 것? 닫는 것? 아니다. 남자친구가 말해야 할 올바른 정답은 “너 몸 괜찮니?”다. 드라마에서 남자들은 문을 닫는 게 좋다느니, 여는 게 좋다느니 열심히 답을 하다 여자들한테 핀잔만 듣는다. 여자는 어느 게 맞는지 답을 묻고 있는 게 아닌데. 한심한 남자들 같으니. 하지만 나 역시 열심히 정답을 고르고 있었다. 문을 여는 게 좋을지, 닫는 게 좋을지. 딸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툭 던진 말이 있다. “아빠는 맨날 판사처럼 …

[법정단상] 일본의 침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대한변협신문 2013. 10. 14.자 칼럼] 1년 전 동경에서 개최된 IT 컨퍼런스에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세계 주요도시를 돌며 열리는 상당히 큰 규모의 행사였는데, 행사 마지막 날 한국과 일본의 IT 현황을 비교하는 세션이 열렸고 그 세션에 전길남 박사님과 함께 패널로 참여하게 됐다. 전길남 박사님은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원로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분이다. 그분과 함께 패널로 참여한 것도 영광이었지만 더 고무적이었던 건 그 자리가 IT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의 경험과 비결을 듣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그런 자리는 대체로 일본으로부터 뭘 배우는 자리였지 일본에게 가르침을 주는 상황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본이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IT에 관한 것이었으니 흥분이 …

CC의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10년

2012년 12월16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가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CCL은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한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가 보급하는 저작물 자유이용 라이선스이다. 저작권자는 몇 가지 조건만 지키면 모든 이가 자신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CCL로 허락하고, 이용자는 CCL 조건에 따라 그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3월 CC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가 설립되고 CCL의 한국 버전이 런칭됐다. 그 작업에 참여한 나는 그 후 많은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CC코리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따금 질문을 받는다. ‘어쩌다가 CC를 하게 되셨나요?’ 뭔가 그럴듯한 계기가 있었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거창한 계기도,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다. 단지 참여하고 있던 학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