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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식 교수의 도전과 좌절

지난 10/15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던 CC 글로벌 써밋 첫날 Lawrence Lessig 교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원래 레식 교수는 참석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죠. 꼭 있어야 할 사람이었지만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한 그로써는 선거운동이 한창인 시기에 컨퍼런스에 참여할 상황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행사가 시작되기 3일 전에 저한테만 살짝 연락이 왔습니다. 오겠다고 하더군요. 행사 날 당일 새벽에 도착해서 그날 오후에 돌아가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아 달라고 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레식 교수가 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었던 터라 반가운 소식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본인이 워낙 당부한 거라서 참느라 혼났지요. 그날 새벽에 도착해서 부시시한,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이 눈빛이 살아있는 그의 참석을 제 키노트 때 비로소 사람들에게 …

[법정단상] 판사의 직업병?

며칠 전 드라마에서 본 장면이다. 이사를 한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묻는다. “문을 닫으면 페인트 냄새가 너무 나서 머리가 아프고 문을 열면 매연 때문에 기침이 나는데 문을 여는 게 좋겠어, 닫는 게 좋겠어?” 정답은? 문을 여는 것? 닫는 것? 아니다. 남자친구가 말해야 할 올바른 정답은 “너 몸 괜찮니?”다. 드라마에서 남자들은 문을 닫는 게 좋다느니, 여는 게 좋다느니 열심히 답을 하다 여자들한테 핀잔만 듣는다. 여자는 어느 게 맞는지 답을 묻고 있는 게 아닌데. 한심한 남자들 같으니. 하지만 나 역시 열심히 정답을 고르고 있었다. 문을 여는 게 좋을지, 닫는 게 좋을지. 딸이 초등학생이던 시절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툭 던진 말이 있다. “아빠는 맨날 판사처럼 …

[법정단상] 일본의 침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대한변협신문 2013. 10. 14.자 칼럼] 1년 전 동경에서 개최된 IT 컨퍼런스에 개인자격으로 참가한 적이 있다. 세계 주요도시를 돌며 열리는 상당히 큰 규모의 행사였는데, 행사 마지막 날 한국과 일본의 IT 현황을 비교하는 세션이 열렸고 그 세션에 전길남 박사님과 함께 패널로 참여하게 됐다. 전길남 박사님은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원로로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진 분이다. 그분과 함께 패널로 참여한 것도 영광이었지만 더 고무적이었던 건 그 자리가 IT 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한국의 경험과 비결을 듣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그런 자리는 대체로 일본으로부터 뭘 배우는 자리였지 일본에게 가르침을 주는 상황이었던 적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본이 세계 최고를 자랑했던 IT에 관한 것이었으니 흥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