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법 – 회고와 전망

윤종수(iwillbe@chol.com)
판사, 대전지방법원 논산지원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간에 기존의 균형 상태를 깨트린다. 깨트려진 균형은 때로는 진보의 원동력으로, 때로는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IT(Information Technology)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IT의 발전은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문화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급격한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그로 인한 균형상실과 균형 회복이 반복되고 있는바, 그 과정에 꾸준히 개입하고 있는 조정자가 법이다. 법은 대립하는 이해관계의 조정을 꾀하고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다. 따라서 법이 IT의 발전과정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IT가 야기한 불균형이 무엇인지 균형회복이 어떤 방향으로 모색되어 왔는지를 파악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IT 분야에서 논의 되었던 법적 이슈를 지적재산권,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전자거래, 공정거래 등 네 가지 큰 카테고리로 나누어 살펴보고 향후 전개에 대해 전망해 본다.

● 지적재산권

(1) 회고

지난 10년을 돌이켜볼 때 가장 큰 관심과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IT 관련 법적 이슈는 지적재산권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는 ‘정보산업’이라는 용어가 상징하듯 IT가 정보자체의 가치를 증가시킴에 따라 그 산업적 가치의 확보가 개인을 포함한 기업 및 국가의 중요한 과제가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IT의 발전이 오히려 정보가치의 침탈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지적재산권의 확대와 강화로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으로 지적재산권의 주류를 차지하던 특허의 경우 특허대상이 소프트웨어와 영업방법 등으로 확대되면서 그 특허성(patentability)에 대하여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저작권이나 영업비밀에 의한 보호 외에 특허에 의한 소프트웨어의 보호를 추가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소프트웨어는 그 본질상 연속적이며 점진적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루어지고 기존 기술의 재사용과 조합을 바탕으로 하게 되므로 특허의 요건 중 하나인 진보성(nonobviousness)을 충족시키는 예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느 특정단계에서의 소프트웨어에 특허를 주게 되면 그 후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이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는 게 비판론의 주요 근거이다.

그러나 80년대 초반 미국의 몇몇 판례와 특허청의 심사절차지침을 통해서 인정되기 시작한 소프트웨어 특허는 90년대에 들어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국내에서도 특허청의 컴퓨터관련발명의 심사기준이 마련되어 사실상 소프트웨어로 특허보호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90년대 중반 이후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의 소프트웨어특허출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전자상거래방법 같은 비즈니스모델(BM) 등의 이른바 인터넷관련 발명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가 허용되면서 국내의 경우 1999년에 1,133건이 출원되었던 것이 2006년에는 5,975건이 출원2)되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과연 소프트웨어나 비즈니스모델이 특정인에게 독점을 줄만한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진보성이 있느냐에 대한 강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독점적 지위의 확보와 경쟁업체에 대한 견제를 위한 유용성은 특허 확대의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2) http://www.kipo.go.kr/kpo2/user.tdf?a=user.html.HtmlApp&c=3041&catmenu=m03_04_01 참조

저작권은 사실 전통적인 지적재산권의 주류를 차지하던 특허와 비교할 때 최근 10년 동안 그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된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는 IT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의 대중화와 문화향유에 대한 욕구가 증대되면서 이른바 문화산업 내지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Entertainment Business)가 고도화 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라 저작권법은 기존의 저작권의 강화와 새로운 저작물 이용행위로의 저작권 확대로 계속 개정이 되어 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의 내용 및 보호기간의 확대와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또는 TPM(Technical Protection Measure)이라 불리는 기술적 보호조치의 도입이다. 특히 1996년 WPPT 및 WCT 조약에 처음 등장하여 1998년 미국의 DMCA에 처음 입법화된 TPM은 복사방지장치 같은 기술장치 자체를 법이 보호하게 됨으로써 법의 규범적 판단이 아닌 권리자의 사실상의 처분, 즉 코드(Code)에 의하여 권리자의 의사가 관철될 수 있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저작권법의 강화 경향은 사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권리침해확대의 또 다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정보의 저장, 전달, 이용에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이러한 변화는 저작물 이용의 활성화에 당연 기여를 하였지만, 이는 역으로 저작권침해의 급격한 증가를 가져오게 되었는데, 최근 몇 년간 국내외의 법정을 뜨겁게 달구었던 P2P 케이스들이 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개방적․분산적 네트워크로서의 인터넷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배포수단이지만 한편으로는 저작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하는 불법복제․배포수단으로 이용되었던 P2P는 ‘부당한 목적을 위해 남용되는 유용한 도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는데, 미국에서는 냅스터 케이스부터 시작된 논쟁이 그록스터 케이스에서 P2P 프로그램 제작․배포자의 책임을 인정함으로써 일단락이 되었고, 국내에서는 소리바다 프로그램에 대하여 민․형사 책임을 인정하는 쪽으로 정리가 된바 있다.

(2) 전망

지적재산권에 대한 권리 강화는 앞으로도 계속 거세질 전망이다. IT산업에서 독점이 갖는 위력은 특허의 계속된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저작권분야도 FTA 등의 국제협약의 체결과 문화의 산업적 특성이 강조되면서 권리강화의 경향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특히 IT발전에 따른 미디어 산업의 지형변화는 결국 전통적 저작인접권자인 방송, 음반제작자의 지위를 점차 약화시키고 인터넷에 기초한 융합적 서비스업자들의 권리보호와 다른 권리자들
과의 이해 조정 쪽으로 법적 논의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와 함께 이러한 권리 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하게 세를 키우고 있는 개방적 콘텐츠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예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1985년 리차드 스톨만에 의하여 시작된 자유소프트웨어 프로젝트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개방적인 저작권정책과 자발적 다수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의한 개발방법론은 점차 저작물 일반으로 확대되어, 자신의 저작물을 남들과 나누고 이를 통해 새로운 리믹스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같은 일반 저작물에 대한 자유라이선스의 탄생을 가져왔다. 여기에 2005년경부터 거론되기 시작한 웹 비즈니스 또는 웹 문화의 새로운 경향으로서의 web2.0이 참여․개방․공유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내세우면서 이와 같은 흐름이 콘텐츠 관리, 콘텐츠 비즈니스의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졌다. 앞으로도 문화창달과 권리자의 인센티브확보의 조화라는 저작권법의 기본적 이념에 힘을 받아 폐쇄적 권리보호에 따른 경직된 저작권시스템의 폐해를 극복하고 인터넷과 디지털 문화의 유용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은 계속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확대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는 주류 지적재산권시스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지만 이와 같은 두 가지 다른 흐름이 어떤 모습을 만들어 낼지 그 전개방향이 주목된다.

●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1) 회고

개방적 네트워크인 인터넷과 고도화․대중화된 디지털 기술로 인한 부정적 결과 중 지적재산권의 침해보다 잠재적 위험성이 더 큰 것은 해킹, 컴퓨터바이러스, 웜 등에 의한 보안과 개인정보 즉 프라이버시의 침해이다. 경제․사회의 중요 시스템들이 인터넷 기반의 정보통신망에 의존하고 있고, 특히 전자정부를 추진하는 국가시책은 우리의 사적, 공적 활동이 항상 정보통신망과 연계될 것임을 의미하므로 그에 대한 침해나 오용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될만한 것이 2003. 1. 25. 토요일에 있었던 이른바 1․25 인터넷 대란이다. 갑자기 국내 전 지역의 인터넷이 두절된 사건인데, 그 1차적인 원인은 슬래머(slammer)라고 하는 웜(Worm)의 공격에 있었다. 2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드레드(CodeRed)라는 바이러스의 공격에 서버 3만 7,000여대가 피해를 입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를 입은 불명예를 얻었음에도 다시 2년 만에 전
지역의 인터넷이 다운되는 유래 없는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그만큼 보안에 취약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법은 IT의 발전에 따른 보안문제에 대비하기 위하여 1995. 12.경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에 컴퓨터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추가하였고, 정보통신망에 대한 기본법으로서 ‘전산망보급확장과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1999. 2. 8. 전문개정 되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한다)이 탄생되었다. 정보통신망법은 제48조에서 정보통신망에의 부정침입행위, 악성프로그램 전달․유포행위, 정보통신망의 장애유발행위, 타인의 정보훼손이나 비밀 침해․도용․누설행위를 금지하고 그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한 침해행위를 가중처벌하기 위하여 2001. 1.경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제정되었다. 위 법은 접근권한을 가지지 않은 자가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접근하거나 접근권한을 가진 자가 그 권한을 초과하여 저장된 데이터를 조작·파괴·은닉 또는 유출하는 행위,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대하여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논리폭탄 등의 프로그램을 투입하는 행위,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의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일시에 대량의신호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오류를 발생하게 하는 행위3)에 대해 중한 형을 규정하고 있다.
3) 앞서 본 웜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보안과 관련하여 근래 새롭게 두각되는 이슈중 하나가 스파이웨어이다. 스파이웨어는 주로 공개 프로그램을 통해 유포되어 개인이나 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유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파이웨어가 설치되면 컴퓨터이용자의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비밀번호 등 키보드입력내용도 유출될 수 있는바, 2003년경 이후부터 스파이웨어가 확산되면서, 단순한 마케팅수단이라고 보기 어려운 악성프로그램으로 변질되어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스파이웨어가 정
보통신망법에서 규정하는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다소 논란이 있었으나 현재 위정보통신망법의 악성프로그램 전달․유포행위 등과 업무방해죄로 의율하는 판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2) 전망

앞으로 보안에 대한 위협은 단순히 해커수준을 넘어 테러, 공공을 볼모로 한 협박의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으며 이미 실제 그러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4) 따라서 정보보안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정보인프라에 비해 정보보안의식이나 이에 대한 시스템적 대비가 열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의 경우는 말할 나위가 없다. 앞서 본바와 같이 이미 법상으로는 이러한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들은 마련되어 있지만 더 나아가 1․25 인터넷대란과 같은 네트워크에 대한 대규모 공격 시 이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적제도의 채택을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보보안과 개인정보보호는 그와 같은 법적 제도의 구비에 의하여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보안기술에 대한 투자와 개인들의 정보보안의식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를 뒷받침하기위한 올바른 정책결정이 수반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4)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0710090260 참조

● 전자거래

(1) 회고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거래(electronic transaction)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로 증가하였다. 기업간(B2B), 기업․정부간(B2G), 기업․소비자간(B2C)을 포함하는 전자상거래 규모는 2001년 1분기의 약 24조 2,620억 원에서 2007년 3분기에는 124조 7,380억 원으로 6배가량 증가5)하였다. 그러나 전자거래는 기존의 전통적 거래와는 다른 특징과 방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기존에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법적 문제점들이 파생되었다. 따라서 전자거래를 더욱더 활성화시키고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자거래행위에 전통적 거래행위와 동일한 수준의 법률적 효력을 부여하는 한편 이용자들이 마음 놓고 전자거래에 임할 수 있도록 전자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5) 통계청 http://www.kosis.kr/search/totalSearch2.jsp 참조

이에 따라서 1999. 2. 8. 전자거래의 법률관계를 명확히 하고 전자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며 전자거래의 촉진을 위한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거래기본법이 제정되었다. 전자거래기본법은 전자거래를 ‘재화나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전부 또는 일부가 전자문서에 의하여 처리되는 거래’로 규정하고 있다.전자거래의 성립과 관련해서 전자문서의 송수신의 시기 및 장소, 전자문서의 송신의제가 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수신확인을 조건으로 송신한 경우에는 수신확인통지를 받기 전까지는 송신되지 아니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2005년에는 전자문서보관, 증명 등의 안전성 및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제도를 도입하였고, 2007년에는 전자적 형태로 작성되지 아니한 문서를 정보처리시스템이 처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한 문서, 즉 스캐닝 문서도 법적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전자문서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그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전자서명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전자서명법이 같은 시기에 제정되었는데 공인인증서에 기초한 공인전자서명에 의할 경우 서명자의 서명, 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임을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공인인증체계에 의한 전자서명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또한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등에 있어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2002. 3. 제정되었다. 위 법은 사업자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즉 사업자는 소비자의 청약에 대하여 수신확인통지와 신속히 승낙여부를 통지할 통지의무를 부담하고, 대신 소비자는 청약철회권을 갖는데 특히 소비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물품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등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요건 없이 전자상거래가 성립한 후에도 소비자 의사대로 일정한 기간 내에 청약을 철회할 수 있고, 이에 대해서 사업자는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으며 이를 인정하는 약관조항은 무효이다. 또한 사업자는 소비자가 청약을 한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그리고 대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받은 경우에는 받은 날로부터 2영업일 이내에 재화 등을 공급하여야 하고, 전자상거래중개자는 사업자의 손해배상책임에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2) 전망

현행 공인인증체계에 기초한 전자서명제도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본바와 같이 전자서명법은 전자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실상 정보통신부장관의 지정을 받은 공인인증기관에 의한 공인인증서에 기초하고 있고,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자서명법에 규정된 관련기관과 그 업체의 솔류션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러한 체제는 기술중립성과 글로벌환경에서의 전자거래의 호환성을 해치는 것이며, 개인의 프로그램 선택과 설치의 자율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비판론의 주요 근거이다.

이와 함께 웹 접근성과 관련해서 인터넷뱅킹이나 전자민원 서비스 등이 윈도우 체제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공인인증서에 의한 거래인증과 액티브엑스에 의한 암호화 프로그램 등 윈도우에서만 적용되는 시스템으로 되어있어 맥,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와 파이어폭스 등의 타브라우저의 사용자는 해당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이 지적되어 왔다. 한편으로는 최근에 들어와 이를 기술적으로 보완해주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으나 종국적으로는 개인의 정보접근권, 자율권 등의 권리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로 그 논의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개인들의 정보와 검색 행태를 수집하여 축적되는 온라인 프로파일링의 프라이버시(privacy) 침해여부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맞물려 뜨거운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프로파일링은 기업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내지 검색행태 등을 수집 분석하여 광고나 서비스의 전략을 짜는데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목적의 정당성을 떠나 정보주체인 개인의 관여 없이 개인 정보가 만들어지고 축적되며 이것이 거래에 의하여 제3자에게 넘겨진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법은 제4장에서 개인정보의 수집·이용 및 제공, 개인정보의 관리 및 파기 등에 대해서 규정하고 개인정보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도록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두는 등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리고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에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정보보호지침을 정하여 고시하고,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를 준수할 것을 권장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기업 등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자발적 조치를 유도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망법은 오프라인에서의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등 본질적으로 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도 그러한 정보통신망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몰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들이 이를 위반하고 있고 그 정보의 실질적 관리도 허술해서 많은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있다. 따라서 좀 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입법으로서의 개인정보보호법 같은 일반법의 제정을 요청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전개되리라 예상된다.

● 공정거래

(1) 회고

공정거래 이슈는 IT분야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특히 네트워크 효과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시장선점 및 사실상의 기술표준에 의한 고착효과가 두드러지는 IT 산업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IT 산업의 글로벌적 특성에 따라 각국 경쟁법의 역외 적용 사례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어 각국 경쟁법의 조화에 대한 요구와 아울러 상호 영향의 정도가 점차 증대하고 있다.국내에서는 2005. 12. 7. 공정거래위원회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 한다)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 324억 9000여만 원과 함께 윈도와 메신저를 분리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스템을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린바 있다. MS가 윈도우 OS에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를 끼워 팔아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고 소비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미디어플레이어의 결합판매건은 EU에서 그 위법성을 확인한 바 있었지만 메신저 결합판매 건에 대해서는 세계 최초로 판단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 후 MS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에 불복하여 시정명령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있을 예정이었지만 선고를 하루 앞두고 MS사에서 소송을 취하함으로써 거의 2년 만에 사안이 종료되었다.

MS 외에도 인텔 등에 대하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조사가 진행되는 등 IT 산업에 대한 경쟁법적 제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국내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SK텔레콤이 이동통신서비스와는 별도로 멜론이라는 온라인 음악서비스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서비스되는 음악파일과 자신의 이동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MP3폰 단말기에 자체 개발한 DRM을 탑재하여 위 MP3폰에서는 멜론사이트에서 구매한 음악파일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공정거래법위반에 해당된다는 결정이었다. 이 사건은 저작권법에서의 DRM 자체의 유효성에 대한 논란과 애플사의 아이튠즈 서비스에 대한 미국에서의 상황과 결부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위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상고를 함으로써 대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이 있을 예정인 바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 전망

IT 산업 간의 컨버전스(Convergence), 즉 융합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더욱더 공정거래문제가 이슈화 될 전망이다. 앞서 본 이동통신사업자의 온라인 음악서비스와 관련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플랫폼을 장악한 사업자의 수직적, 수평적 통합은 새로운 공정거래이슈를 낳고 있다. 최근 포털을 둘러싼 규제 움직임이 여러 각도에서 구체화 되고 있는데 이것도 이러한 경향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포털이 기존 미디어의 뉴스전달기능을 주도함으로써 불거진 자의적인 기사편집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더 나아가 포털의 주 수입원인 검색결과와 결부된 광고 비즈니스를 규제하기 위한 가칭 검색사업자 법안의 발의에 까지 이르렀고,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포털 불공정 거래 실태 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불공정 거래, 담합과 관련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한바 이 모든 움직임도 크게 보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거머쥔 사업자에 대한 경쟁법적 접근을 기저에 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분간 포탈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따라 IT 산업의 지형이 다소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IT 산업의 융합현상은 IPTV 사례에서도 잘 찾아볼 수 있다. 통신네트워크를 통한 방송이라는 면에서 방송과 통신의 구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기존 규제 시스템에 적합하지 않은터라 IPTV의 도입을 둘러싸고 규제기관끼리의 관할다툼과 사업자와의 갈등이 한참 이어졌다. 결국 2007년 2월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IPTV 도입방안이 논의되기시작하였고 드디어 같은 해 12월말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의 입법에 이르러 2008. 4.경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뜨거운 쟁점을 피해간 불완전한 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 시장지배력전이방지, 망 중립성 등 공정거래관련 핵심이슈에 대한 구체적 규정을 시행령에 넘기고 있으나 시행령의 제정이 늦춰지면서 명확한 입장정리가 되지 않아 아직도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네트워크 사업자가 자사의 서비스와 타사의 서비스에 동등하게 망을 개방하여야 한다는 망 중립성은 경쟁법적 관점에서 IPTV의 뜨거운 감자이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은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제공사업자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제공사업을 하고자 하는 자로부터 해당 서비스의 제공에 필수적인 전기통신설비에의 접근 및 이용에 관한 요청이 있는 경우 자기 보유설비의 부족, 영업비밀의 보호 등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원칙적으로 다른 사업자의 망 개방요청을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전기통신설비의 범위, 설비제공의 거절·중단·제한 사유, 설비제공의 방법·절차 및 설비 이용대가의 산정원칙 등에 핵심적인 실체규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행령으로 넘기고 있어 현재로는 아무런 해결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시행령의 제정 과정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의 SI 업체들의 시장장악과 이에 따른 하도급 불공정거래행위, 저가구매에 다른 품질저하 등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공공소프트웨어에 분리발주제도가 도입되었고, 2007. 12.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이 일부 개정되어 공공 소프트웨어사업의 하도급을 제한하는 규정이 추가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바 이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으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요구와 경쟁법적 차원의 이해조정이 절실하여 앞으로 점차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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