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무엇인지, 법률가의 임무가 무엇인지 가장 간명하게 표현한 유명한 말이다. 처음 이 말을 접했을 때의 잔잔한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러분, 진실이 무엇인지 말하세요, 그러면 멋진 답을 드리리다.’ 얼마나 폼 나는 말인가. 갈고 닦은 실력으로 품위 있게 법을 적용해주는 법률가. 그러나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그 감동이 좌절로 바뀌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계획과 달리 사람들은 진실만을 들고 오지 않는다. 의도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피하고 싶은 것은 피하고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자신도 모르게 유리한 쪽으로만 애써 기억하고 필요한 것만 말하게 된다.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이나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을 보신 분들은 무슨 의미인지 잘 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