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의 미래(the Future of Ideas by Lawrence Lessig) 서문

윤종수
http://www.jayyoon.kr
twitter : @iwillbe99


20여 년 전 경쾌한 기계음과 함께 연결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를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감동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비록 까만 화면에 하얀 글씨가 나열된 것에 불과했지만 분명 그건 새로운 세상과의 연결이었다. 그 새로운 세상이 날 가슴 뛰게 만들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예상할 수 없었다는 데에 있었다. 이미 잘 다듬어진 콘텐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친절한 안내인도 없었다. 단지 연결되었다는 메시지와 나와 똑같은 감동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나의 PC통신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몇 년 후 인터넷이 도래하자 새로운 세상은 PC통신의 울타리마저 넘어 무한히 확대되었다.

록 밴드 ‘그레이트풀 데드’의 작사자이자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설립자인 존 페리 발로(John Perry Barlow)는 1996년에 「사이버스페이스의 독립선언문(Declaration of the Independence of Cyberspace)」을 발표한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본떠 작성된 총 16절의 위 선언문은 “인터넷은 국가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모든 문제는 황금률에 근거한 사회계약에 따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며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와 존 페리 발로는 지구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분명 공통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가슴 벅찼던 나의 감동과 당돌한 그의 자신감은 모두 한 가지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유’다. 계획되어 있지 않고 예정되어 있지 않은 불확실성과 현실의 물리적, 경제적 제약으로부터 해방된 무한한 가능성이 만들어 내는 자유. 얽히고설킨 전깃줄의 연결망과 컴퓨터 코드가 가져다 준 자유는 빠르게 그 가능성을 실현하면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자유와 가능성의 땅 인터넷은 그토록 거침없어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2000년, 로런스 레식 교수는 첫 번째 저서 『코드(Code and Other Laws of Cyberspace)』에서 현실의 법(Law)과 함께 또 하나의 법(Code)이 되어 버린 컴퓨터 코드가 인터넷을 다시 억압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사이버스페이스의 자유를 구현한 코드가 오히려 사이버스페이스를 현실세계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 공간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존 페리 발로가 자신감에 차 독립을 외친 지 겨우 4년 만의 일이다.

『아이디어의 미래(The Future of Idea: the fate of the commons in a connected world)』는 레식 교수의 두 번째 저서이다. 이 책은 인터넷의 가치와 자유가 손상되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저서와 같은 맥락이지만, 전작과 달리 이를 창의성과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문화와 산업에서의 창의성과 혁신의 의미, 가능성, 그리고 위기를 ‘commons’, ‘contrast’, ‘control’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차례로 풀어 나간다.

공유재라고 번역될 수 있는 ‘commons’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유재는 모든 구성원이 다른 사람의 허가를 받을 필요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다. 공유재는 인터넷 세상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적이긴 하지만 오랜 역사 동안 이미 현실 세계에도 존재하는 것들로서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공도로, 공원 등이 이런 공유재에 속한다. 하지만 초기의 인터넷만큼 공유재가 큰 역할을 한 경우는 없다. 공유재가 의미를 갖는 것은 자유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가 가져다주는 가치와 혁신이다. 레식 교수는 인터넷에서의 공유재란 무엇이고, 그것이 가져다준 가치와 혁신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우리가 공유재에 대해 갖고 있는 무지와 오해가 무엇이었는지를 명료하게 깨닫게 되는 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인 ‘contrast’는 현실 공간과 인터넷 공간의 대조이다. 현실 공간에서 느끼지 못한 자유를 왜 인터넷에서 느낄 수 있었는지, 현실 공간을 지배하던 제약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어떻게 극복되었는지를 경쾌하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로부터 탄생한 혁신과 우리 삶의 변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설명한다. 자유와 공유재가 만들어 내었던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가능성과 희망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레식 교수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 번째 키워드인 ‘control’이다. 3부는 옛것이 새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억압하기 시작했는지에 관한 우울한 사례들이다. 레식이 강조했던 법(law)과 또 하나의 법(code)이 인터넷의 공유재와 자유를 어떻게 변질시키고 있는지 보여 준다. 2부에서 들려준 혁신들이 하나하나 무너지고 공유재와 자유가 줄어드는, 불과 몇 년 동안의 역사는 절망적이다 못해 드라마틱하다.

사실 그의 첫 번째 저서가 출간되었을 때만 해도 사이버스페이스의 이상적인 자유에 대해 무한한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던 당시 분위기에서 『코드』는 많은 이들에게 너무 비관적인 내용으로 비쳤다. 충분히 극복 가능한 상황을 너무 부정적으로만 본다는 반론도 있었다. 그러나 불과 1년 뒤에 출간한 두 번째 저서 『아이디어의 미래』에서 레식 교수는 우울한 소감을 던진다. 상황은 자기가 걱정했던 것보다 더 악화되었다고.

출간된 지 10년의 세월이 지난 후에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레식의 이야기는 너무나 생생하다. 레식 교수의 예언이 적중한 지금에 와서야 『아이디어의 미래』는 오늘날 더 적합한 이야기가 된 것이다. 10년이면 아날로그 시대에서도 강산이 한 번 바뀌는 긴 시간이다. 그러니 급박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더 말할 나위 없는 엄청 긴 시간일 수밖에 없다. 감수를 위해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되었지만 솔직히 말해 10년 전의 이야기가 과연 어느 정도 현실감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이 책은 오히려 지금 더 유효하다. 레식 교수의 뛰어난 통찰과 신념 덕분에 『아이디어의 미래』는 최근에 나온 그 어느 책보다 더 생생하고 치열한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10년이 지난 세상은 여전히 그가 말한 대로 현재 진행형이다.

얼마 전 포털사이트 이용자가 다섯 살 난 귀여운 딸이 인기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어정쩡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촬영하여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요청으로 차단되어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인터넷 시대의 다양한 창의성의 발현과 문화가 다시 억압되고 있다는 저자의 주장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련 업계 사람들이 모여 공정이용 일반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한 논의를 하던 중 그와 같은 사례에서도 만약 노래를 너무 잘 부르게 되면 권리자의 시장이 침해될 수 있으므로 공정이용으로 인정하기 힘들다는 반대에 부딪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바로 최근의 일이다.

소리바다는 2002년에 시작된 형사기소를 필두로 민사와 형사 양쪽에서 숱한 소송을 수년 동안 겪었는데 음악지문인식 필터링과 워터마크 등 저작권보호를 위한 기술 조치를 탑재한 다섯 번째 버전마저 허용된 파일에 한해 전송을 허락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국 P2P의 본질을 잃고 평범한 유료 음악 판매 사이트가 되어 버렸다. E2E 원칙이 가장 잘 구현된 인류 역사상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혁신적인 정보 검색 배포 기술이 기존의 권리 체계와 산업 시스템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몰락해 버린 냅스터 사례의 재현이었다. 지금도 P2P는 여전히 불법의 온상으로 특별한 감시와 제재의 대상이다.

레식 교수가 개탄한 저작권 보호 기간의 연장을 위한 미키마우스법은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었다. 창작자의 인센티브를 고취시켜 주기 위한 한시적인 권리라는 본질을 무색하게 하는 사후 70년의 저작권 보호 기간이 한EU FTA와 한미 FTA에 포함되었고, 이에 따라 이미 저작권법이 개정되었다. 최근에는 한미 FTA의 이행을 위한 개정안에 일시적 저장도 복제로 본다는 규정이 포함되면서 모든 온라인상의 이용 행위가 권리자의 통제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았다.

자유롭고 공개된 프로토콜을 기초로 중립성과 개방성이 본질로 인식되었던 인터넷이 점차 네트워크 소유자들의 관리와 통제가 현실화되면서 네트워크 공유재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은 계속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망중립성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된 바 있으나, 망중립성이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망중립성이 논의되어야 하는지 그 자체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 논의 결과를 듣다 보면 중립성과 개방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보다는 오히려 네트워크 소유자들에게 효율적인 망 관리 권한을 어디까지 허용해 줄 것인지가 논의의 초점이 된 듯하여 당황스럽기만 하다. 레식 교수는 그나마 공유재로서의 스펙트럼의 가능성을 이야기했지만 국내에서는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접속마저도 현실로 이루어지기까지 너무나 힘든 과정을 거쳤던 점을 생각해 보면 공유재로서의 스펙트럼은 요원하기만 하다.

아이폰이 어렵사리 도입된 2009년 11월, 당시 한 고등학생이 만든 애플리케이션인 ‘서울버스’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해프닝은 이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당시 서울시와 경기도는 그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에 GPS를 장치하여 시민들이 찾는 해당 버스가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려 주는 서비스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었는데, 서울버스 앱은 그 홈페지의 내용을 가져와 아이폰에서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사실 버스의 현재 위치가 필요한 것은 길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던 점을 생각해 보면 비싼 돈을 들여 만든 서울시와 경기도의 시스템은 그다지 효용성이 없었고 오히려 무료로 배포된 ‘서울버스’가 그 시스템의 잠재력을 멋지게 실현시켜 준 셈이다. 그러나 경기도가 보인 반응은 ‘서울버스’의 서비스 중단과 제작자에 대한 법적 위협이었다. 자신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데이터를 가져갔으니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주장이다. 비록 이용자들의 반발로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되긴 하였지만 이 사건은 자유와 공유재가 가능하게 한 혁신을 기득권과 ‘무지’가 어떻게 억압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 준 사례이다.

이 모든 상황은 레식 교수가 간파했던 것과 같이 위에서 강요하는 변화를 통해 인터넷이 만들어 내는 자유와 공유재가 사라지는 상황이 현재의 우리에게도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10년이 지났음에도 레식 교수의 통찰은 그대로 유효하고 그가 보여 주었던 암울한 변화의 예견은 많은 곳에서 현실이 되어 가고 있으며, 오히려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아이디어의 미래』가 지금의 우리들에게 주는 깨달음은 우리의 ‘망각’이다. 우리는 치열한 현재에 정신을 빼앗긴 나머지 지금은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지만 과거의 패러다임을 뒤엎었던 수많은 전환들, 지금은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지만 그 전환 때문에 가능했던 눈부신 진보와 귀중한 가치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점차 잊어버리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혁신을 어느 순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를 가능하게 한 본질을 폄하하고 이를 제거하려는 시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지적재산권 체계가 흔들리고 권리자의 사업 모델이 삐걱거리는 혼란스러움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적재산권이 이용 통제가 아닌 재창작의 인센티브를 위해 탄생했고, 그것도 재창작에 필요한 공유재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최소한도에서 어렵게 인정된 것이라는 사실, 지금의 혼란이 넘쳐나는 새로운 창의력과 적극적인 문화 향유의 에너지를 아날로그 시대의 구 체계가 제대로 소화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산업에 대한 충격과 통제되지 않은 상황의 불안함에만 집착한 나머지 지금의 모든 혁신을 탄생시킨 인터넷을 만든 것은 네트워크 소유자들의 강력한 통제가 아니라 공개된 프로토콜, 그러한 프로토콜을 발판으로 작동하는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들이라는 사실, 통제되지 않은 유연성과 적응성이 새로운 산업과 창의적인 사업가들을 탄생시켰고 자유로운 공유재들이 혁신의 비용을 낮추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 사회에 이로운 혁신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다.

이러한 망각은 옛것이 새것을 억압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을 합리적인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혁신의 본질을 제거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중립적이고 현실적인 개선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러한 혁신의 원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거나 따져 보지 못한 사람들이 공공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그 혁신의 원천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혁신의 원천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점이다.

레식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혁신은 옛 체제에서 번창을 구가한 모든 이들의 적이다. 그러나 새 체제에서 번창할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도 겨우 미지근한 지지만 받을 뿐이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두려움 때문이고 또 다른 면에서는 경험에 의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신뢰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라는 문장을 인용하면서 혁신을 지지해 줄 사람들마저 혁신을 지키는 데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더 안타까운 것은 불확실하거나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는 지지자들이 아니라 그 혁신의 본질을 잊어버리고 오히려 혁신을 제거하는 데 동조하고 있는 혁신의 수혜자들이다.

레식 교수를 알게 된 지 벌써 7년이 다되어 간다.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의 한국 버전을 만들어 정식으로 론칭했던 2005년 3월 21일이 그를 처음 만난 날이다. 그 이후에 많은 교류가 있었고 지금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로 그 어느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나의 멘토이자 스승이다. 그는 내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인터넷의 자유와 열림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려 주었고 진정한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가르쳐 주었다. 그 때문에 지적재산권이든 인터넷 거버넌스든 모 아니면 도 식의 무지한 극단에 빠지는 실수를 하지 않고 나름대로 균형을 유지하는 현명함을 얻을 수 있었다. 그냥 큰 고민 없이 평범한 법률가로서의 역할로 살아갔었을 내가 혁신을 증명하기 위해 작지만 또 하나의 진지한 삶을 경쾌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레식 교수의 이야기는 언제나 명확하다. 스티브 잡스의 키노트보다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강연에서도 그랬고, 개인적인 대화에서도 그랬고, 그의 모든 책에서도 늘 그랬다. 그는 결코 애매하거나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도 깔끔한 비유와 적절한 재구성으로 명쾌하게 전달한다. 언제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그의 논리는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처음에는 그의 이런 명확함이 비상한 머리와 풍부한 지식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진정성과 끊임없는 고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진정성은 그 어느 논리보다도 설득력 있고 명확하다. 놀라운 통찰은 문득 얻어진 것 같지만 끊임없는 고심이 가져온 선물이다. 이 두 가지는 모든 지식을 뛰어넘으며 어떤 학습 과정보다 우수하다.

그동안 자유와 공유재를 바탕으로 문화적, 산업적으로 놀라운 혁신을 만들어 나가는 진정한 혁신가들을 만나면서 그의 통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을 갓 넘긴 매력적인 프랑스 청년 실뱅 짐머(Sylvain Zimmer)가 2004년에 만든 음악 유통 사이트인 자멘도(jamendo.com)는 보유하고 있는 31만 곡이 넘는 멋진 음악들을 누구든지 무상으로 자유롭게 감상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CCL을 적용하고 있다. 그 대신 인디 뮤지션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고 팬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한편 호텔이나 매장의 배경 음악, 영화의 삽입곡 등 영리 이용은 따로 대가를 받고 라이선스를 주고 그 수입을 뮤지션들에게 나눠줌으로써 다양한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누구나 편집할 수 있고 심지어는 누구나 남이 편집한 내용을 고칠 수 있는 극단의 자유가 기존의 유명 백과사전을 밀어내고 세계 최고의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들어 낸 위키피디아(wikipedia.org)의 기적과 같은 성공 사례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도 없다. 위키피디아를 만들어 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기여를 공유재로 남기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서로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혁신가들임이 틀림없다.

수많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일러스트와 디지털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이를 이용한 실물 제품의 판매나 개별 프로젝트를 통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일본의 로프트워크, 모든 기사를 자유롭게 복제할 수 있도록 하여 인지도를 높이고 권리를 관리하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광고 등의 수입을 얻는 온라인 매체인 블로터닷넷(bloter.net), 거의 대부분의 수업 내용과 자료를 공개하여 전 세계 배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학교 인지도를 올리고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는 MIT의 오픈코스웨어(ocw.mit.edu), 각자 자신들의 악기 연주나 아카펠라를 올리면서 자유로운 복제와 변경을 허용함으로써 끝없는 재창작과 리믹스를 통한 창의성을 주고받는 시시믹스터(ccmixter.org) 등도 그러한 혁신가들이 만들어 낸 공유재들이다.

나는 이들이 만들어 낸 혁신을 보면서 자유와 공유재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거센 억압과 무관심에 시달리지만 이들이 꾸준히 만들어 온 혁신은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혁신의 원천이 무엇인지 기억하게 해 준다. 레식 교수도 이 책에서 줄곧 암울한 변화를 계속 이야기하지만 역시 희망을 놓지 않는다. 현 상황을 다시 돌이킬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면서, 다시 한 번 우리가 혁신의 구조를 벗어나 또다시 통제의 구조를 수용하고 있음을 깨닫게 하려고 애쓴다.

나는 이 책이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 레식 교수의 말대로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 심각하게 고심해 볼 수 있는 계기기 되기를 바란다. 지적재산권이 중요하다고 해서 더 많이 보호될수록 좋은 것인지, 통제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더 많은 통제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자. 우리가 미덕처럼 알고 있는 다다익선이 어떤 경우에는 선이 아니라 악이 될 수 있다는 간단한 가정을 고심해 보자. 지적재산권 전문가이든 네트워크 전문가이든, 아니면 그냥 문외한이든 간에 지금 누리고 있는 혁신이 소중하다면, 그 혁신이 어디서 왔는지 진정성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창의성과 혁신은 어마어마한 것이 아니다. 창의성과 혁신은 자유로운 사고와 용기 있는 실천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은 깨달음이다. 그것이 창의성과 혁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도 결정할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이 “아이디어의 미래”인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I5QY4jyiYKRXlPsHNELGDDjnD6B7Io6I5lLLmb0goSM/ed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