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때 일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 검찰청에서 4개월간 시보로 근무를 하였는데 출근하는 길에 반드시 지나가게 되는 오거리 교차로가 있었다. 출퇴근 시간대에도 아무런 정체 없이 잘 빠지던 교차로였다. 그런데 가끔가다 심하게 정체가 되곤 하여 출근시간에 늦는 낭패를 겪었는데 몇 번 반복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원인은 교차로에 설치된 신호등이었다. 당혹스럽게도 신호등을 켜지 않았을 때는 그렇게 소통이 잘 되던 교차로가 가끔 한 번씩 신호등을 작동시킬 때마다 여지없이 교통체증을 일으켰던 것이다. 물론 그 신호등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정확히 불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신호등 없이 서로 눈치껏 교차로로 진입하여 원활하게 빠져나가던 차량들이 신호등이 작동될 때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