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도 붙어있는 CCL(Creative Commons License)이 도대체 뭐냐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가끔 사용하는 비유이다. 

예전에는 휴일이라도 거의 모든 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한 외부인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었다. 아무도 그 운동장을 사용할 사람이 없어 텅 빈 공간으로 남아있음에도 다른 이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다. 간혹 가다 특별한 이유로 허락을 받은 몇몇만 예외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많은 수의 초등학교 운동장이 주민들에게 활짝 개방되어 조깅을 하는 사람, 함께 산책 나온 가족,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자 하는 학생 등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다만 학교는 운동장에서 외부인이 장사를 하거나, 시설물을 옮겨놓는 행위 등을 특별히 금할 수 있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출입을 제한한다.

운동장의 개방이 주민들에게 미친 효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뛰어 놀고 싶어도 장소가 없어 도로나 주차장, 또는 돈 받고 빌려주는 사설운동장에 몰래 들어가 놀던 애들이 더 이상 사고의 위험에 처하거나 관리자에게 멱살잡히지 않고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장소를 찾은 것이고, 예전에는 조깅을 할 적당한 장소가 없어 아예 운동을 포기하고 있었던 사람들이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학교 입장에서는 비록 운동장을 공짜로 개방하였다 하더라도 자신들에게는 별다른 손해가 없었고 오히려 주민들에게 학교의 좋은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때로는 부실한 운동시설을 주민들이 스스로 고쳐주기도 한다. 게다가 주민들의 자연스러운 이용은 오히려 학교 시설의 폐쇄적 관리에 따르는 부담이나 인력 절감에 도움이 되었다. 그럼에도 학교는 운동장에 대한 소유권을 여전히 가지고 있고 그에 대한 통제권도 포기한 바 없다. 만약 비즈니스 적인 수단을 발휘한다면 한 구석에 매점을 만들어 음료수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학교 운영에 보탤 수도 있었다.


운동장을 저작물로 바꾸면,

과거의 방법, 즉 원칙적으로 출입을 통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출입을 허락하는 것이 저작권법에서 당초 생각하고 있던 이용허락(license)이고, 현재의 방법, 즉 원칙적으로 모든 이의 자유로운 이용을 허락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 새로운 이용허락의 모습인 CC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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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CCL에 대한 명쾌한 비유

    Tracked from Rising 炫 2007/03/16 13:59  삭제

    What the hell is CCL Creative Commons License의 약자인 CCL. 여기저기 잘 설명된 글이 있기는 한데 이번에 만나본 비유는 정말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혹시나 링크가 깨질 경우를 대비하여 여기에도 ..

  2. Subject: CCL에 대한 바람직한 활용을 기대하며..

    Tracked from McFuture.net 2007/08/09 00:56  삭제

    최근 몇년 사이 개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일반화 되는 것과 더불어 CC(Creative Commons) 라이센스에 대한 활용 빈도 또한 높아져 가고 있다.. 특히 텍스트 컨텐트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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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nnibo 2007/03/09 2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이해가 잘 되는 비유로군요! 감사합니다.

  2. 엘타닌 2007/03/10 1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CCL이란 개념은 GPL이랑 비슷하네요? 공유 정신을 잘 살리면서도 저작자의 권리 또한 보호해 주는 개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CCL로 표시된 글은 쉽게 말해서 '펌질'을 해도 된다는 의미로 되어 버리는데요. 이 펌질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입니까? 어쩜 나중에 가서 원 저작자가 CCL을 취소하고 저작권법을 주장한다던가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고요.
    그리고 또 궁금한 것이 이런 좋은 개념(CCL, GPL)을 저작권법의 일부로 포함시켜서 적용방법의 차이를 다 인정하면서 두 방법다 성문화시키면 좋을 꺼 같은데요. 이런 쪽의 시도들은 없는 것인지요?

    • guesswho 2007/03/10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용허락이라고 하는 것(영어로 하면 license)은 저작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이용허락을 받는 거고 이것은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일종의 계약이죠. 위에서 언급했듯이 CCL은 보통 생각하는 이용허락과는 발상을 달리해서 개방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을 뿐 여전히 똑같은 이용허락입니다. 따라서 CCL은 저작권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CCL에서 정하고 있는 조건을 위반한 경우에는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 되어 저작권법에 의해 권리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GPL이나 CCL이나 따로 법적인 근거가 필요한게 아니라 현재의 저작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저작권법을 이용하여 저작권법의 경직된 시스템을 풀어보자는 어찌보면 기발한 발상이죠.
      CCL은 물론 철회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것은 장래에 대하여만 효력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CCL로 허락되었던 컨텐츠는 계속 CCL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허락되었던거 하고 지금거 하고 똑같아서 구별이 안된다면 사실상 철회는 큰 의미가 없는거죠. 그래서 자신의 저작물에 CCL을 붙일때는 신중하게 붙여야 된다는 뜻입니다.

  3. NoSyu 2007/03/10 1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갑습니다. ZDNet에 적으신 글의 링크를 타고 왔습니다.
    비유가 거의 완벽한 듯 싶습니다.^^
    한국에서 CCL의 거장이시라고 들었는데
    역시 아는만큼 설명이 쉽다는 말을 새삼스럽게 느낍니다.
    마지막에 매점은 애드센스와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 달아놓은 CCL은
    '저작자표시-비영리-동일조건변경허락'입니다.
    여기서 동일조건변경허락은 어떤 예가 되는건가요?
    시설물을 옮기는 것이 변경인 듯 싶으나
    동일조건이라는게 잘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CCL을 달 때
    해당 내용은 잘 몰라
    변경허락중에 약한 것을 골랐습니다.)

    • guesswho 2007/03/11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굳이 비유해 본다면, 변경허락은 운동기구를 가져와 운동장에 설치하는 것도 허락하되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운동시설을 혼자만 쓰던 말던 상관을 안하는 것이고, 동일조건변경허락은 개방된 운동장을 이용해서 만든 것이니 학교가 운동장을 개방했던 것처럼 그 운동시설도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개뱡할 것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사실 '동일조건변경허락'이라는 용어는 저도 마음에 안듭니다. 달리 표현할 적당한 용어가 생각안나서 그러는데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은 알려주세요. 좀더 직관적인 용어였으면 좋겠습니다.

  4. 2007/03/11 1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5. 그라드 2007/03/16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유가 정말 이해하기 쉽네요 :)

  6. 김후곤 2007/03/18 0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윤선배님, 블로그 오픈을 축하합니다.
    저도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어놓았습니다만, 남의글 퍼다 모아놓은 수준에 불과합니다. 종종 들러 '펌질'을 해볼까 합니다.
    그럼, 컨퍼런스때 뵙지요